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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SA Grand Vintage (0.5mm)

Luminon Canoness 2021. 12. 3. 16:36

머리말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태블릿이나 전자 책 등, 종이와 펜을 대체하는 문물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이 종이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를 허풍이라 치부했지만, 결국 종이에 펜으로 필기하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비효율적인 행동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종이의 적는 것”이란 경험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 봅니다. 사각사각, 반듯반듯, 원하는 대로 막힘 없이 적히는 느낌을 보여주려면 반응 속도나 필압 등 다양한 기술들이 몇 세대는 더 발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저의 경우에도 펜을 쓰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취미로 일본어 공부를 하거나, 회사에서 회의록을 남길 때 등, 아무래도 알아볼 수 있게 적어야 할 때는 미끄러운 액정 위에 적기보다 종이에 남기는 게 편하고 빠르지 않나 싶습니다.

 

 

여하튼 본 주제로 넘어가자면 이렇게 펜을 써야 할 경우에 애용하는 필기구가 하나 있는데, 바로 “SARASA(사라사)”입니다. 일본 필기구 회사 ZEBRA(제브라)의 볼펜 라인업인 SARASA는 밝고 다채로운 색감과 부드럽게 슥슥 그어지는 특유의 느낌이 매력적입니다.

 

본래 SARASA Clip(사라사 클립)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라인업은 2,000원 아래의 적당한 가격대를 무기로 JETSTREAM(제트스트림) 등과 경쟁하는 시리즈입니다. 그러나 오늘 리뷰할 SARASA Grand(사라사 그랜드)는 이보다 한 급 높은 필기구들과 경쟁하는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골자는 시리즈의 다른 모델과 같지만 고급 볼펜인 만큼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 경쾌하기보다 한층 든든해지고 안정된 인상을 보여줍니다. 이와 함께 Vintage(빈티지) 색상은 SARASA 특유의 밝은 색상을 사용하기보다 훨씬 진중한 톤의 색상을 담아, 훨씬 품위 있는 분위기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메커니즘이 없는 볼펜인 만큼, 이 이상으로 두서에 말을 더 붙이기보다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 버전과 대부분의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차별화된 부분이 꽤 있기에, 이런 부분에 주로 초점을 두며 어느 부분이 더 좋고 아쉬운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징 보기

 

본 특징에 들어가기에 앞서, SRASA Grand 역시 같은 잉크를 쓰기에 SARASA의 특징을 간단히 짚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농도 수성 잉크를 사용하는, 흔히 젤 펜(중성 펜)이라 불리는 펜으로 부드러운 필기감과 밝고 진한 색상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대신 잉크가 빠르게 마르지 않는 것과 잉크 소모가 다른 펜에 비해 매우 빠르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사용하는 사람의 선호에 따라 평가가 극도로 갈리는 편입니다.

 

 

SARASA Grand 라인업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반적인 펜보다 한 급 높은 프리미엄 볼펜입니다. 그럼에도 본래의 테마를 따라가기 때문인지, 밝고 화사한 바디 색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른 경쟁 제품과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Vintage 라인은 이런 화사한 SARASA Grand에 좀 더 차분한 색상의 바디 색과 잉크를 적용하며 다른 프리미엄 펜과 같이 그에 어울리는 품위를 보여줍니다.

 

 

기존의 밝은 SARASA의 스타일은 희미해졌지만, 펜의 기능적인 특징은 그대로 유지하기에 차분함과 잉크의 특징 모두를 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어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맞춰 잉크 색상은 빈티지하고 따뜻한 브라운이나 레드 계열, 그리고 블루 블랙이나 그린 블랙 등 검은색에 가까울 만큼 짙은 색상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의 펜은 그린 블랙 색상으로, 매우 어둡고 차가운 초록색이 써진 글씨의 진정성이나 고급스러움을 더해줍니다.

 


외관 둘러보기

 

플라스틱 외장을 두른 일반적인 SARASA와 달리, 손에 닿는 모든 부분이 금속 재질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재료의 차이 때문인지, 투명 바디에 그립과 클립에 포인트로 색이 들어가던 원래의 스타일과 꽤 이질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볼 수 있는 촉은 유격 없이 단단히 잡아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립은 재질이 다르기 때문인지 사뭇 낯선 분위기를 풍기지만, 1자 형태로 뻗어나간 홈, 그리고 촉 부분과 분리된 듯한 디자인을 통해 원판의 생김새를 상당히 존중해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무 그립보다는 잡아주는 느낌이 덜하지만, 도색 마감이 꽤 마찰력이 있는 편이라 사용하면서 미끄러지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립 위로는 SARASA의 워드마크가 작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윗부분에는 좀 더 짙은 색의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마감이 되어 있습니다. 외장으로 드러나는 거의 유일한 플라스틱 파츠이지만, 딱히 속이 보여서 잉크의 양을 확인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톤 다운된 분위기에 가미하여 원래와 같은 팬시한 분위기를 약하게 내는 디자인적 장치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클립과 노크 버튼은 쨍하지 않은 화이트 골드 도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광 파츠이기 때문에 화려한 금색을 잘못 활용하면 오히려 저렴해 보일 수 있었을 텐데, 채도가 옅은 색상을 활용하면서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노트 버튼 끝 역시 몸통에 있는 플라스틱과 같은 재질로 마무리되어 있으며, 노크는 심이 나와 있어도 항상 올라와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용하면서 느낀 장점

 

가장 손꼽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적절한 무게일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이다 보디 워낙 가벼운 일반적인 SARASA Clip에 대비해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전신이 금속 재질인 것 치곤 손이 아플 만큼 무겁지 않아 훨씬 안정적으로 필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훌륭한 무게중심괴 부드럽게 그려지는 잉크의 특성이 맞물려, 매끄럽게 써내려감에도 선이 휘날려지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잘 그어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보통 153ID 등의 제품을 보면, 고급 라인업에 자체적인 리필 심을 사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잉크 심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물론 본판보다 좋은 품질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리필을 해야할 경우 일반적인 리필 심을 사용할 수 없다보니 교체를 해야 할 때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SARASA Grand의 경우, 이런 예와 달리 일반적인 SARASA 심 타입을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일반적인 심이나 좋아하는 색상의 심으로 편하게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차별점이 없어지는 점에서 이는 아쉬운 부분이라 볼 수 있지만, 펜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데에 부담이 덜어지는 점, 그리고 시리즈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부분에서 장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체 시에도 스프링과 같은 메커니컬이 분해 시 드러나지 않고, 두 파츠로 나누어지는 간단한 설계로 되어 있어 망가질 걱정 없이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금속 재질의 또다른 장점은 바로 메커니컬의 고급스러움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크의 압력 등은 본판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금속 부품들이 맞물리며 내는 묵직한 촉감과 소리는 경쾌함 보다는 신중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소소하지만, 클립의 장력을 강하게 조정해두고 몸통과 그립을 합쳐주는 나사산 또한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으로 만들어 스르륵 풀리고 단단히 조여주는 등, 이런 포인트들이 펜의 가치를 더해주는 부분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용하면서 느낀 단점

 

같은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쉬운 부분은 일반적인 SARASA와 공유하게 되는데, 그중 가장 손에 꼽을 만한 부분은 빠르게 마르지 않는 점일 것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성 잉크 공통에 문제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SARASA 잉크는 일반적인 수성보다도 유난히 잘 마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반적인 노트라면 한번 후 불어서 건조하면 말라 괜찮은 편이나, 교과서 등의 코팅된 종이에 쓰게 되면 쉽게 마르지 않아 번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잉크가 빠르게 소모되는 특징도 그대로 계승됩니다. 자주 펜을 쓰지 않는다면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아니지만, 필기를 주로 하는 분에게는 몇 장 채우지도 않았는데 잉크가 동나버리는 상황에 마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SARASA Grand는 0.5mm 및 0.4mm로 출시가 되었는데, 기본적으로 두께가 있는 편이고 수성 잉크 특성상 살짝 번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꽤나 선이 두껍게 그어지는 편입니다. 그 때문에 영어 등 획수가 적은 글씨를 쓸 때는 적당한 필압을 표현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점이지만, 한글이나 한자 등 획수가 많은 글자를 적기에 상당히 어려운 편입니다. SARASA Clip의 경우 최대 0.3mm의 얇은 심이 있는데, SARASA Grand도 이런 촉을 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총평

학생 때, 저는 소위 “펜덕질”이라고 하며 이런저런 펜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볼펜들이 제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노트 정리를 할 때도 괜히 여러 펜을 돌려쓰며 글 쓰는 것이 참 재미있었는데, 사실 요즘엔 글을 쓸 일이 크게 없다 보니 점점 실용적인 한도 내에서만 펜을 사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SARASA Grand는 지금 당장 필요한 실용적인 부분과 함께 감성적인 부분 또한 잘 채워주는, 매우 밸런스 있게 등장한 볼펜이다 보니 어느새 이끌리듯 사버린 것 같습니다. 실용보다는 상황과 분위기에 필요한 품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고급 펜의 미학이지만, 단순히 그런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닌 필기가 필요한 모든 순간에서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적의 물건이지 싶습니다. 이렇기에 가방과 책상, 소매에 한 자루 두고 있으면 언제든지 곧바로 글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추천!

  • 부드럽게 써지는 수성잉크 펜을 선호하신다면
  • 사무실이나 가방에 한 자루 놓고 두고 두고 사용할 펜을 찾으려 한다면
  • 가벼운 플라스틱보다 든든한 금속 재질의 볼펜을 찾고 계신다면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

  • 쓰는 느낌마저도 고급스러운 볼펜을 원한다면
  • 펜을 오랫동안 잡고 있어야 하는 경우라면
  • 진중함보단 화사한 분위기의 펜을 찾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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