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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AT LIFE

2021년 한 해를 마치며.

Luminon Canoness 2021. 12. 31. 23:59


한 해를 전체적으로 되돌아본다면.

2020년을 지나 2021년이 금세 지나갑니다. 1년가량이면 해결될 줄 알았던 팬데믹은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온 지구를 휩쓸고 있는 것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올해 역시 작년과 같이 이런 환경의 제약 때문에 그 전 해보다 재밌게 보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2년 가까이 이어진 번아웃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고 인생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이야기들이 가득 담기기까지,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적인 해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무려 2가 3번 들어가는 해! 마음 편하지만, 높이 올라가 볼 수 있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디자이너로서 2021년은

 

새로운 도전과 시작이 휘몰아친 해.

 

 

번아웃이란 무엇일까요? 저의 경우에는 단순히 하기 싫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회의감이 들고 거부감이 드는 형식으로 일어났습니다. 정말 심했을 경우에는 Figma에서 비어있는 흰 캔버스를 볼 때 구역질이 나왔던 적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현상을 파고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인 내적 질문이었는데,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정의, 수준, 미래에 대해 아무런 것도 이해할 수 없던 날들이 계속되어 무척 괴로웠습니다.

 

 

그러던 작년 말, 드디어 어떤 마음가짐으로 디자인이라는 것을 해나가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가능성의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만의 디자인에 대한 정의고 그것을 위한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정립하자마자 주변의 환경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졌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이들이 가진 창의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발산되지 않도록 일관적이면서도 확장성 있는 우리만의 언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갔고, 모두가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인 “접근성” 디자인을 공부하기까지, 바라고자 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몰두해본 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디어 인생 첫 퇴사와 이직을 경험했습니다. 원래 있었던 회사에서 해보고 싶은 것과 공부해보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고, 인력 사무소 같은(...) 사무실에서 10명 남짓 있었던 회사는 어느새 번듯한 사무실에 100명 가까이 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계속 부풀어가는 회사에 머무르는 것도 좋은 기회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두근거리고 재미있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시기가 많았습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영역, 그곳에서 이제 막 성장하려고 하는 회사에 동참해나가며 이전까지 느꼈던 폭발적인 성장을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모두의 배웅 아래 즐겁게 회사를 나왔습니다. 새로운 회사라는 터전에서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또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겪으며 다시 한번 디자이너와 스타트업이라는 회사의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서 2022년은 큰 폭의 성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오타쿠로서 2021년은

 

견문이 넓혀진 해.

 

 

직설적으로 오타쿠로 통칭하는 것이 무언가 마음이 편한 것 같습니다(ㅋㅋ). 이번 해는 작년과 재작년을 통틀어 이곳저곳 많이 떠나보기도 하고 많이 읽고 보기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면허를 따고 생애 첫차를 친구들에게 선물로 받았습니다. 제가 잘해주지도 못하고 항상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아서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인생에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추억에 남겨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차가 생겼다는 말은 곧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뜻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날 얻어타고 갔었던 곳들을 저 혼자서도 누빌 수 있게 되었고 원하는 곳에 더 편하게 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늘 동경만 하고 있었던 캠핑, 차박 캠핑에 처음 도전해본 해였습니다.

 
스토브에 물을 끓여 커피를 타 먹고, 모닥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즐거움.  만화책에서나 봤었던 캠핑을 실제로 즐겨보니 무언가 탁 트이고 편안하면서도 설레고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올해는 많이 즐기지 못하고 마무리되었지만, 다음 해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캠핑하러 다녀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솔로캠도 한번 해보는 것도 목표입니다!

 

 

#한한앨, 한 달에 한 번 앨범 사기란 소소한 취미를 키웠습니다.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듣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간직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서 막연히 시작해봤습니다.(ㅋㅋ) 분명히 이미 잘 듣고 있음에도 실물 앨범을 보면 또 새롭고 감정이 복받칩니다. 노래가 실물로 보인다는 즐거움.. 그 즐거움을 느끼는 게 가끔 기분전환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어서 앞으로도 계속되는 취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도 작년보다 더 열심히 챙겨 본 것 같습니다. 여행을 떠나기도 힘들다 보니, 다른 세상을 구경해보고 싶은 욕망이 이런 쪽으로 발산되지 않았나 싶습니다.(ㅋㅋ)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작품이 쏟아지듯 나왔기도 하고 이제까지 보지 않았던 것 중에 재밌는 게 생각보다 많았기에 그런 것들을 주말마다 하나하나 챙겨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은... 음.. 우위를 가릴 수 없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연초에는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던 “갑철성의 카바네리”가 배경만 바꾼 길티크라운 감성이라(...) 기억에 남았고, 중반 쯤에는 “아쿠다마 드라이브”,”SSSS.DYNAZENON”, “저 너머의 아스트라”,  ”86 -에이티식스-”와 ”Vivy -Fluorite Eye’s song-”등 작년과 제작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숨겨진 명작과 올해의 화제작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 가 스트리밍으로 등장해 한동안 이거에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것 같습니다. 연말에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은 단연 “아케인 : 리그 오브 레전드”로, 저는 게임을 거의 안 하다시피 해서 잘 모르는 상태로 시청했음에도 놀라운 작풍과 이야기 전개로 보는 내내 감탄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애니메이션인 “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래시브- 별 없는 밤의 아리아”도 처음 SAO를 봤었을 때가 떠오르면서도 그때 당시의 감탄을 또 다른 의미로 받으면서 인상깊었던 것 같습니다. 조만간 한번 더 보러 가야겠어요.(ㅋㅋ)

 

 

올해는 책을 열심히 읽은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한 권 한 권의 내용이 기억을 가다듬으면 새록새록 날 만큼 재밌는 것들로만 본 것 같습니다. “아서 C. 클라크” 책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유년기의 끝 이후로 바로 “낙원의 샘”을 읽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동안 봐왔던 궤도 앨레베이터를 주제로 한 SF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오버랩 되면서 즐거웠고, 비슷한 느낌으로 테드 창의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물론 하나하나가 장편소설이라 꽤 길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씩 쉴 겸 “너의 이야기”, “용과 주근깨 공주” 등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들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보고 싶은 책이 산더미이기에, 다음 해에도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독파해나갈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으로서 2021년은

 

끝없는 정의.

 

 

여기서 정의(Justice)가 아니라 정의(Define)입니다. 나만의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내린 이후, 제 생각 방식과 삶의 방향 등 좀 더 고차원적인 부분에 대해 고뇌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마련되었습니다. 아직은 두루뭉술한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되는 길들이 많지만, 잘 가다듬고 정리해서 2022년과 그다음 날을 위한 지표로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큰 결정도 많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야말로 차를 끌어보자!”라며 큰돈을 내고 학원에 등록하며 면허를 따기도 했고, 일에 관한 것이라면 더 많은 연봉과 번듯한 환경이 된 회사를 나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보는 것을 해본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세보면 다른 선택지에 미련이 남는 일이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게 더 좋은 방향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흔들리지 않은 자주적인 선택이 많았고 그것으로 인해 재밌는 일이 많았던 2021년이 되었기에 일말의 후회는 없습니다. 2022년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되, 좀 더 내가 고민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한 번밖에 없는 2021년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굵직한 이야기가 추억과 역사가 되는 순간을 기념하고, 팬데믹이 걷히며 답답한 일상이 좀 더 탁 트이는, 그리고 흐트러짐 없이 순조로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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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minon Canoness. Create a space of possibilities. for so that the all trailblazers may bloom the 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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