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minon Itsuka.

a Luminon Canoness blog.

Space of moments.

ARTICLES/AT LIFE

특급! 운전면허 따기 프로젝트

Luminon Canoness 2021. 3. 24. 23:23

머리말

 

이번 해로 접어들면서, "아, 인생 이렇게 허비하며 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뭐.. 지금도 일 할 땐 일을 착실히 하기에 "더 일에 집중하자!"던가, "집에서도 공부를 하자!"라는 느낌의 자각은 아쉽게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것이었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요..) 


원래 취미라는 게 직업이 되어버리면 더는 취미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익히 들었습니다. 각오도 했었고, 사실 취업하고 난 후 1-2년 동안은 취미로서도 디자인하는 것을 계속 즐겨왔었습니다. 그런데, 3년 차에 접어들다 보니 더는 집에서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번아웃이 길고 가늘게 왔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리며 있는 시간이 늘었고, 더는 안되겠다 싶어 다른 취미나 목표를 가져보자는 생각이 작년부터 계속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사서 사진 찍으러 나가보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앨범을 사보기도 하고..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여하튼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인즉슨,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해에 일 외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목표를 여러 개 정해봤었고, 그중 하나가 이 운전면허 따기였습니다.

 


왜 운전면허를 따고 싶었나

지하철은 출근 구간 중 하나이며,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버스 등은 생략했습니다.. 실제론 더 길어...

 

제가 사는 강북구는 서울에서 가장 출근하기 괴로운 곳 중 하나라 당당히 자부할 수 있을 만한 곳입니다. 구의 대부분이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인 전형적인 베드타운임에도 불구하고, 가로지르는 지하철이 (중전철에 한해) 4호선 1개 밖에 없어 아침에 지하철을 타려고 하면 항상 전쟁이 벌어집니다. 게다가 4호선은 강남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아니기에 환승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악명 높은 역에서만 할 수 있어 아침에 기진맥진해지는 것은 예사입니다. 

 

그래서 이런 지옥의 출근길과 퇴근길에서 탈출하여 편하게 가고픈 마음이 면허를 따려고 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차를 몰고 출근하는 것 또한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며 가는 것보다는 훨씬 쾌적할 것 같아 꼭 차를 몰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소소한 계기가 하나 더 있는데, 사실 카메라를 사면서 차를 모는 것에 대한 갈망이 조금 생겼습니다. 

 

차가 없다 보니, 아무래도 걷는 것과 대중교통에 의지하여 사진 찍으러 가게 되고, 결국 항상 서울 안에서만 돌게 되는 게 아쉬웠습니다. 차를 몰 수 있게 된다면 서울뿐만 아니라 내키는 대로 근교나 더 멀리 사진 찍거나 바람 쐬러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이것도 면허를 따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데 보탬이 되었습니다.

 

출처 : 현대자동차

 

이 외에도 귀여운 베뉴가 너무 사고싶다거나.. 친구들하고 여행갈 때 얻어타기만 하는게 미안하던가 하는 여러 이유가 있었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따기로 마음을 먹고 작년 연말부터 면허를 따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필기시험 보기

 

어떻게 면허를 따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학원을 갈까??", "그냥 유투브 보고 뽀개버려??" 뭐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는데, 필기 시험은 돈도 크게 안들고 공부도 오래 할 필요가 없다고 들어 일단은 필기 시험을 보고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교육 일정을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시험을 보러 가기에 앞서, 조금 알아보니 면허 시험장에서 필기시험을 볼 경우, 보기 전에 의무적으로 안전 교육을 한 시간 들어야 했습니다. 시험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인터넷으로 교육을 예약할 수 있었고, 저 역시 먼저 교육을 예약하고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시험을 보러 갈 때,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사진 3매와 신분증, 그리고 응시 원서가 필요한데, 원서는 시험장에 가서 쓸 수 있으므로, 사실상 사진과 신분증만 들고 가면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원서에 채워야 할 구멍이 많아서 한 4-5분은 붙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살면서 수동 변속기를 건드릴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 난도가 낮을 것 같은 2종으로 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제가 갔던 면허시험장은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인데, 이곳은 시험장과 교육실이 2층에 있어서 원서를 접수하고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조금 기다리다 먼저 의무 안전 교육을 들으러 가는데, 별건 아니고 공단에서 제작한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었습니다. 토크쇼 느낌으로 최대한 재밌게 만들어보려고 노력은 한 것 같은데 이거.. 정말로 재미없습니다.. 그래도 필기시험이나 나중에 도로 주행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졸지 않고 끝까지 봤습니다.

 

 

필기 시험은 상식 선의 문제가 출제되어, 시쳇말로 "뇌라는 것이 달려 있는지 시험하는"것이라고 주변에서 들었습니다.(ㅋㅋ) 저도 막 따로 시간을 잡아서 공부하지는 않았고, 퇴근하면서나 자기 전에 한번씩 으로 모의고사를 치뤄보며 문제를 익혔습니다. 대부분은 도덕적인 선택지를 선택하면 정답이고, 벌금 계산이나 표지판 정도만 따로 암기해 두면 대체로 틀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여타 자격증 시험과 같이 필기시험 또한 문제 은행 방식이라 그런지, 앱에서 풀었던 문제들과 겹치는 것들이 꽤 되었습니다. 그렇기도 하고 다행히 벌금 등의 계산 문제도 얼마 나오지 않아서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점수로 합격했습니다.

 


기능 연수와 시험

 

필기시험을 보고 난 후 억겁의 시간이 지난 올해 2월.. 강제로라도 하지 않으면 올해 안에도 면허를 딸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원래 등록할 생각은 없었으나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딸 것 같아 면허학원을 찾아 등록하기로 했습니다.


원래는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뜨는 녹천운전면허전문학원을 갈까 했었는데, 저같은 사람들(...)이 많아 강북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고, 이 때문에 수강의 질이나 친절도가 썩 좋지 않다는 악평이 많아 다른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창동자동차학원으로, 아시는 분이 다녀와 봤을 때 친절했다고도 하고, 녹천보다도 집에서 가깝기도 해서 선택했습니다. 대신 여기도 방문했을 때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3시간 의무 교육과 기능 연수, 도로 주행 연수 등을 포함해 68만원 가량을 먼저 결제했습니다. 교육비는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데, 보험비의 경우 현금만 받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가야 했었습니다. 저는 가져오지 못했으므로.. 기능 연수를 하러 오는 날에 내기로 했습니다.


3시간의 의무 교육은 원래 필기시험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만, 학원에 등록하면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도 이수해야 한다고 하여 등록한 당일 오후에 바로 수강했습니다. 동영상만 틀어줬던 시험장의 교육과 달리 강사 선생님이 직접 강의해주시는 형태였습니다. 동영상 교육보다 비교적 재밌게 해주셔서 졸리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첫 연수 날, 바들바들 떨면서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학원까지 오래 걸릴 줄 알고 반반차까지 썼는데, 청담에서 노원을 경유해 가는 루트가 생각보다 빨라서 시간 죽이는데 꽤 힘들었습니다.


첫 번째 기능 연수에서는 기본적인 조작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변속기의 조작 방법이나.. 핸들을 돌리는 감각 등을 설명받고 돌아보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처음 차를 움직여 보는 거라 꽤 무서웠는데, 연수를 받는 곳이 시험장 2층이나 혹 조작을 잘못해서 1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잔뜩 겁먹은 상태로 연습했습니다. (ㅋㅋ)

 

 

보통은 2시간씩 이틀 연수하지만, 저는 예약이 꽉 찬 주에 신청해서 한 시간, 한  시간, 두 시간 식으로 3일을 연수했습니다. 원래라면 첫날 두 번째 시간 때에 해야 하는 것이지만, 오늘 역시 핸들 적응과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첫날은 왼쪽으로만 돌았는데, 오늘은 반대로 오른쪽으로 도는 연습을 조금 했습니다.


한 15분 정도는 이걸 하고, 나머지는 주차 연습을 했습니다. 연석이 어깨까지 오면 멈추고 돌리고 들어가서 핸들을 반 바퀴 돌리고.. 하는 주차 공식을 설명해주시는데, 의외로 주차는 하라는 대로 하면 쏙쏙 들어가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주행하는데 핸들 돌리는 게.. 코스의 부분마다 각도가 달라 감이 안 잡혀 어려웠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연수입니다. 오늘은 시험을 보는 1층으로 내려와서 코스를 돌아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핸들 돌리는 연습은 많이 했는데, 진작 핸들에 붙어 있는 조작계를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어 이게 좀 애먹었습니다.. 첫날에 하지 않았냐고 꾸지람도 듣고 말이죠..(ㅋㅋ) 말로 듣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 한 시간은 코스를 설명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두 번째 시간에는 시간 되는 대로 시험기를 켜고 계속 코스를 돌아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조금 까칠한 선생님이시라 여러 번 혼나면서 코스를 돌았는데, 그만큼 확실하게 외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ㅋㅋ)

 

 

드디어 두번째 관문인 기능시험 날이 밝았습니다. 시험은 연수 때처럼 카드 체크를 한 후, 시험장에 있는 대기실에 들어가 있다가 차례가 되면 시험을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좋은 점일 수도 있고 나쁜 점일 수도 있는 것이 있다면, 시험관 선생님이 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작을 잘못해서 사고를 낼 것 같다는 부담감이 더 늘긴 하지만, 옆에서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 저는 편했습니다.


다행히 전날 연수에서 핸들 돌리는 감각을 조금 깨우쳐서 이번 시험 보는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사실 기능 시험에서 감점 포인트가 될 것 같은 부분이 조작계 건드리는 것 하고 주차 정도였는데, 둘 다 무리 없이 통과하며 감점 없이 주행을 완료했습니다!

 


도로주행 연수와 시험

기능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바로 기능 연수 예약을 신청하게 됩니다. 도로 주행은 상황이 통제되는 기능과 달리 시시각각 분위기가 달라지므로, 하루 정도는 실제로 시험을 보게 될 아침이나 오후 즈음으로 연수해보는 것이 좋다고 하여 이틀은 밤, 하루는 연차 쓰고 낮에 연수하는 것으로 예약했습니다. 확실히 난도가 있어서 그런지 4시간 연수하는 기능과 달리 하루가 늘어나 6시간 연수를 받아야 했습니다.

 

 

2월달은 설날이 껴있기도 하고, 예약도 많이 몰려 있는 상태여서 결국 연수는 3월달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핸들을 만져본 감각이 잊혀지고 있을 무렵, 첫 운전연수의 날이 밝았습니다.


첫 시간은 간단한 시트와 미러를 몸에 맞게 조절하는 방법, 안전 수칙을 먼저 알려주시고, 짧게 한 바퀴 도는 코스를 돌아보았습니다. 막상 도로 위를 달려보니, 커다란 자전거를 모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무서워서 발발 떨면서 돌긴 했지만 의외로 기능보다.. 쉬운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녁이라 차가 없어 이런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에 친구와 드라이브 갔을 때 핸들 잡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았던 결과, 도로에서도 유유하게 핸들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ㅋㅋ)

 

대략적인 코스

 

그다음은 시험 코스를 실제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코스는 A, B, C, D가 있는데, 이번 시간에는 A 코스를 돌았습니다. 이 코스는 D 코스와 함께 한번 꺾고 계속 직진하다 유턴해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코스라, 유턴 지점이 헷갈렸던 것을 제외하면 쉽게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문제였던 것이.. 기능 시험을 볼 때 탔던 차는 변속기가 1자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탄 자동차는 지그재그로 되어 있어 몹시 헷갈렸습니다. 그래서 R단에 두어 후진도 한번 해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적응하는데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이번 시간 안에 적응이 되어서 더 이상 변속기를 잘못 건드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저녁이 되어 또다시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역시 코스를 돌아보는 연수였는데, 안타깝게도 단순한 직선 코스가 아니라 어려워 보였던 B, C를 돌게 되었습니다.


지도로 보았을 때도 B가 가장 어려워 보였는데, 실제로도 A코스보다 꽤 어려웠습니다. 코스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30km 제한 구역이 꽤 많았었고, 무엇보다도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 지점이 다른 코스에 비해 월등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A 코스는 한 시간에 2바퀴 정도 연습했는데, B 코스는 길고 복잡해서 그런지 한 바퀴 돌고 반 정도 돌아보는 것으로 연습을 마쳤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연습 때에는 별탈 없이 끝냈지만 제발 시험 때는 이 코스가 당첨되지 않기를.. 속으로 빌었습니다. 

 

다음 시간은 C 코스였습니다. C 코스는 전날에 처음 돌아보았던 연습 코스와 겹치는 곳이었기 때문에 익숙해서 의외로 어렵지 않게 돌았습니다. 대신 다른 코스와 다르게 같은 곳을 두 바퀴 도는 구간이 있어서 계속 돌 때와 빠져나올때 차선 변경하는 것이 달라, 이 부분이 조금 헷갈렸습니다. 이 코스 역시 두 번 돌아보니 적응이 되어서 나중에는 강사 선생님이 간섭하지도 않았습니다.(ㅋㅋ) 그래서 그런지 학원에 돌아올 때 쯤, 무언가 알수 없는 자신감이 솟아올랐습니다!

 

 

오늘은 연차를 쓰고 낮에 연수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이왕 낮 주행을 체험해 볼 거, 일부러 가장 복잡할 것 같은 2시-4시로 일정을 잡았었는데, 예약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마침 토요일 시험도 3시 반에 보는 일정이라, 딱 시험 때와 비슷한 상황을 연습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먼저, 마지막으로 D 코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D 코스는 A 코스와 마찬가지로 한 번만 꺾고 계속 직진하는 코스라 쉬워 보였는데, 의외로 차선 변경하는 구간이 있어 A 코스보다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B나 C 코스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라서 막힘없이 돌았습니다.


첫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부터 두 번째 시간 동안은 이제까지 돌았던 코스를 한 번씩 더 연습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코스는 한 바퀴씩 돌아보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B 코스만 다 돌지 못하고 시간이 끝나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


코스의 난이도와 별개로, 확실히 낮에는 차가 많다 보니 차가 별로 없는 밤에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특히 D 코스 같은 곳은 워낙 차가 많아서 정체를 처음 겪어봤고, 이때 기어 중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시험기가 간간히 점수를 깎았습니다.

 

 

드디어 도로 주행 시험의 날이 밝았습니다. 이제 나름 자신감도 생겼지만, 아무래도 시험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았습니다. 도로 시험과 마찬가지로 카드를 체크하고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호명되면 시험을 보는 식이었습니다.


시험을 보기 전에 마지막으로 교차로 신호를 보는 법이나 실점 기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신호는 지금도 꽤 헷갈리는 부분이라,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드디어 호명되고 차에 탔고 코스를 고르게 되었는데.. 아뿔싸, B 코스가 나왔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B 코스는 한 번밖에 다 돌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면서 길이 계속 헷갈렸습니다. "이 길이 맞나요" 라 말해도 규정상 묵묵부답을 하시는 감독관과 함께 불안 불안하게 중간 쯤을 돌파하고 있을 즈음,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방학 사거리를 지나 좌회전을 위해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사이드미러를 보며 차가 안 오는 것을 확인하고 차선 변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쯤 넘어온 순간에 갑자기 무시무시한 속도로 셀토스 한 대가 파고들어 오려 해서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당연히.. 교통 사고 야기(?) 그런 규칙으로 그 자리에서 실격하고야 말았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갓길에 세우세요"를 경험해버리니 순간 마음이 허했습니다.(...)


시험에서 실격하게 되면 3일 후에 시험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주말에도 볼 수 있긴 하지만, 감각이 살아 있을 때 후딱 해치워버리는게 좋겠다 싶어 가장 빠른 날 오전으로 다시 시험 예약을 했습니다. 문뜩 "웬만한 게임도 5만 원을 긁으면 10연차 가챠(뽑기)정도는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놈의 시험은 5만 원에 코스 뽑기 1회라니 참으로 화가 나는구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한탄이 머릿 속에 맴돌았습니다.

 

 

화요일, 빠르게 끝장을 보리다 생각하여 반차를 쓰고 오전에 다시 시험을 보러 학원에 왔습니다. 전화위복이었던 것이, 출근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10시 30분 시험이라 도로에 차가 정말 없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시험을 보게 되었고, 코스는 제일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C 코스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B 코스가 나오면 실격 처리해달라고 말할 다짐이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코스 도는 것은 수월했는데, 거의 다 돌 즈음에 긴장한 나머지 한번 깜빡이 실수를 했고, 순간 코스가 헷갈려 이탈할 뻔했습니다. 물론 돌아오는 길에는 실수 없이 잘 돌아왔지만, 학원에 들어오며 이제까지 한 실수가 순간적으로 오버랩 되어 아찔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차하고 나니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점수는 81점으로, 뭐에서 감점되었는지는 묻지는 않았지만, 7점 두 번, 5점짜리 한 번으로 가늠해볼 수 있었는데 예상컨대 깜빡이나 기어 미중립으로 점수를 깎아 먹었나 봅니다.

 


면허증 발급하러 가기

 

시험을 보고 난 후, 학원 카드를 반납하고 합격 도장이 찍힌 원서를 돌려받았습니다. 아쉽게도 학원에서 바로 발급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 원서를 가지고 면허시험장에 가서 발급을 신청해야 했습니다. 시험이 11시가 지나가고 있을 즈음에 끝났으나, 전산에 등록되는 것이 시간이 걸려 오후 1시 즈음에 발급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면허증을 신청할 때 사진 1장을 따로 받아서 만들게 되기 때문에, 꼭 원서와 같은 사진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서에 있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던 관계로 1시까지 남은 시간 동안 사진관에 가서 다시 찍기로 했습니다. 

 

 

사진도 찍고 점심도 해결하니 슬슬 1시가 되가고 있었습니다. 원서를 들고 드디어 다시 도봉운전면허시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한 10분 정도 앉아 있었더니 차례가 돌아왔고, 신청비와 사진, 그리고 원서를 제출하여 발급 신청을 했습니다. 기본 면허증은 8000원인데, 2000원 추가해서 국제 면허증을 신청할 수 있었기에 저는 만원을 내고 그렇게 신청했습니다.

 

민감한 정보는 모두 블러 처리했습니다.

 

의외로 면허증은 신청 후 금방 발급되었습니다. 한 5분 정도 앉아 있으니 찾아가라고 제 이름을 호명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나오는 것을 보니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이 좀 허무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ㅋㅋ)


여하튼 드디어 면허증을 받고 차를 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반년 정도 걸렸던 면허까지 프로젝트 대장정이 드디어 막이 내립니다. 이르긴 하지만, 이번 해에 세운 커다란 목표 중 하나를 해치워서 매우 후련했습니다. 이번 해 안에 차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로 이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을 일만 남았네요.(ㅋㅋ) 어서 제 차로 도로를 누빌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ARTICLES > AT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한 해를 마치며.  (0) 2021.12.31
2020년 한 해를 마치며.  (0) 2020.12.24
2019년 한 해를 마치며.  (1) 2019.12.29